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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착한 사람 컴플렉스

by Akonara 2024.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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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기록하는 일이 나에게 꼭 맞는 일인 것 같다. 시간이 지날수록 카메라를 잡고 살았던 그 때가 그립다.

 

시간을 따라가다 보면 계획하지 않은 일이 발생하고, 그 일에 집중하다 보면 내 삶의 궤도가 바뀌는 일이 생긴다.

거절을 어떻게 해야 하는 지 모르던 시절이 있었다. 물론 지금도 거절을 쉽게 잘하는 성격이 아니다. 늘 입버릇처럼 전생에 무수리였을 것이라고 되뇌곤 했는데, 그런 말이 내가 걷는 인생길에 큰 도움이 되거나 긍정적 변화를 가져오진 않았다.

누군가가 부탁하면, 꼭 해줘야겠다거나, 반드시 좋은 결과를 얻어야 한다는 능력 밖의 일에 매몰되기 일쑤였다.

결국 나는 삶의 질이 뚝 떨어질 만큼의 병을 얻었고, 그 병으로 인해 네덜란드에서 한 번, 한국에서 한 번의 수술을 했다.

죽을 만큼의 병은 아니었지만 닥치는 대로 일을 하고 밤을 새고, 몸을 혹사하면서 얻은 병이라 하던 일을 계속할 수 없을 만큼의 몸 상태가 되었다.

 

한국을 기웃거리게 된 것은 바로 착한 사람 컴플렉스에 빠졌던 결과로 나빠진 몸을 다시 회복하기 위해서였다.

지금은 한국의 의료 체계에 거대한 금이 가서 정부와 의사들이 환자를 가운데 두고 싸우는 상황까지 왔지만 외국에서 볼 때, 한국의 의료 체계는 그야말로 나에게는 천국처럼 느껴졌다. 

의사를 만나기가 하늘에 별따기인 내가 살던 곳에서 한국에 들어와 내가 원하는 의사에게 수술을 받을 수 있다는 결정을 얻는 것이 얼마나 나에게 행운이었던가. 

작년 10월에 나는 수술을 하고 지금은 완쾌되어 가는 몸으로 다시 일을 시작하리라 꿈꾸고 있다.

이런 장황한 글을 쓰게 된 것은 내 몸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깨닫지 못했던 내 삶의 오랜 시간들을 뒤돌아보면서 왜 나의 건강이 이렇게 망가졌는지에 대한 이유를 따지면서 시작된 고민을 털어 내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이다. 

 

나는 착한 사람 컴플렉스를 가졌다. 이것은 일종의 정신병이다. 그리고 치유도 힘들고 삶도 힘들다.

"이타심도 이기심이다."라는 말을 믿는다. 

내가 희생하더라도 타인이 행복하다면 기꺼이 흔쾌히 뭔가를 해주고 싶었던 시간들이 나의 많은 시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사람들에게 칭찬받고 좋은 사람이라고 평가 받기 위해서라면 내 몸이 좀 부서지더라도 괜찮다는 이 무지막지한 삶의 철학은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수술을 하고 친구의 권유로 한의원에서 몸을 튼튼하게 하는 약을 지어먹기로 마음먹었다. 

진맥을 하며 한의사님이 나에게 말한다.

"자네는 능력은 50인데 항상 100인 일을 하면서 살았네. 힘들었겠어."

'점쟁이도 아니고, 어떻게 이렇게 잘 알까... ' 이 말을 듣는 순간 코끝이 찡했다.

결론적으로 나는 내 주제 파악을 못하고 산 것이다. 능력이 50인데 왜 100의 일을 하고 살았을까!

튼튼하게 생겼고, 다 잘하게 생겼다는 이유로 힘쓰는 일부터 해결되지 않은 일, 게다가 불의 앞에 선 방관자들은 내 등을 밀었고 그러면 나는 '아, 이건 내가 해야 하는 일이구나!' 생각하는 순간 앞도 뒤도 보지 않고 덥석 뛰어든다. 그렇게 사건을 만들고 트러블 메이커가 된다.

사실하기 싫었다. 그게 뭐든, 나도 팔짱 끼고 사건을 쳐다보며 평가하는 것이 훨씬 편해 보였다. 나는 그렇게 하면 안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다. 그런데도 내 성격과 내 생김새 때문에 밀려 밀려 내가 원하지 않은 일을 많은 시간동안 해왔다.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라는 유행가가 있다.

“어느 날 난 낙엽 지는 소리에 갑자기 텅 빈 내 마음을 보았죠. 그냥 그렇게 흘려버린 그런 세월을 느낀 거죠 (…)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

귀에 들리지도 않았던 이 가사가 이제 귀에 감긴다. 왜 우리는 겪지 않고 느끼지 않고는 알 수 없는 것일까!

세월지나 돌아보니, 타인에 의해 살아온 내 삶의 방식 때문이다.

이제는 몸과 마음을 다스려야 하는 시간이 된 것이다. 누구나 이때가 되면 나와 같은 생각을 하리라.

일단, 착한 사람 컴플렉스를 없애는 방법


이거 붙여두고 하루에 한번씩 보며 다짐하고 산다! 
이거만 실천해도 이제 더 아프진 않을 것 같기에.
아파보니 건강이 없으면 나에겐 아무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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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내심을 가져라> 따위의 말에 더 이상 귀 기울이지 않을 것이다. 
그 말이 내게 싫은  말이어서가 아니다. 
내가 세상을 우습게 봐서 그런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저 나는 내 인생의 길 위에서 한 지점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나를 불쾌하게 하거나 다치게 하는 것들 때문에 내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
나는 나에 대한 냉소, 과도한 비판 그리고 나의 본성을 바꾸려 하는 그 어떤 요구도 이제는 참고 싶지가 않다. 
나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위해 억지로 나를 좋게 보게 하려고 애쓰는 일도,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설득해서 관심을 받는 일도, 
웃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미소 짓는 일 따위도 
나는 이제 결코 하지 않으리라.
나를 함부로 하고, 
나를 속이며 거짓말을 하려는 사람과는 
이제부터 단 1초의 시간도 함께 하고 싶지 않은 내 마음.
나는 지금 내 생에서 그저 그런 지점에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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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의 그런 지점에 서 있지 않은 이들에게도 싫은 일은 하지 말고, 착하다는 말을 듣기 위해 애쓰는 삶은 지양하고 살았으면 싶다.

몸만 아파진다. 몸이 아프면 가슴도 머리도 맑지 못하다.

나는 그저 그런 지점에서 내 병을 치유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그 일은 내 일이 아니야. 나는 할 수 없는 일이야. 나는 50 정도의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야.'

이제 이런 말을 하고 살 수 있을 것 같다.

아프고 나니 사람이 변했다는 말을 듣고 살려 한다.

다시 돌아온 한국에서는 그렇게 살아보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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