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만났다.
해외에서 들어올 때마다 늘 그녀를 만나는 것은 우선 순위에 있었다.
그래서 십 수년간 해외 생활을 하는 동안, 그녀는 나에게 힘이 되었고 내가 앞으로 걸어나가는데 힘빠지면 지지해주는 지원자라 믿고 있었다.
믿음의 딜레마
믿게 되면 쉽게 내 속을 보이고, 내 속내에 있는 짠내 나거나 군내 나는 이야기들을 끄집어 내, 상대방에서 스스럼없이 쏟아내는 버릇이 나에겐 있다. 사람이 멀어지는 이유는 만나서 즐겁지 않기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만나면 서로 즐겁게 이야기 나누고, 헤어지는 시간이 다가오면 아쉬운 사람이 되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오랜만에 만난 그녀는 참 선한 사람이다.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를 주고 받다가 문득,
슬프다는 말을 내뱉는 그녀의 얼굴을 본다.
슬프다는 그녀의 목소리가 그녀와 헤어지고 매 시간 내 귀 속을 돌아다닌다.
그 슬픔이 정화되어 그녀의 삶의 에너지가 되길 간절히 바라는 내마음
"모든 것은 다 지나간다."는 말이 식상하지만
그 또한 삶을 견뎌내는 힘을 가진 말이기도 하다.
다 지나가고 나면 무엇이 남을까!
쓸쓸함과 슬픔의 뒤에 오는 잔잔한 평화를 그녀가 만나게 되기를.
너무 슬프면 또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거라 믿는다.
나는 과연 그녀와 함께 했던 시간 속에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까?
단 한 번도 그녀의 마음을 듣지 못했던 나.
듣기 싫었던 것일까! 아니면 내 생각에 급급하여 그녀의 그런 마음을 단 한 번도 헤아리지 못했던 것일까!
우리의 만남이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을까!
몇 시간의 만남 후에 밀려오는 회한으로 몸이 아프다.
2024년 3월 중순의 서울, 봄을 사냥 다니던 나는 문득 가던 길을 멈춰 섰다.
내가 가는 걸음이 어떤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는 지 낯설고 막막하다.
그러면서 나는
누군가의 사랑과 보살핌으로 살아온 세월의 고마움을 갚아야 한다는 부채의식이
그 사람을 진정 사랑하는 것일까! 라는 질문 앞에 섰다.
돌아보니
나도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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