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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한국에서 1년살기

벚꽃은 네가 그 때 뭐라고 떠들었는지 알고 있다.

by Akonara 2024. 4.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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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벚꽃 화창한 날.

낮 기온 20도, 완연한 봄이다. 큰 도시가 아니더라도 한국은 곳곳이 아파트 단지 일색이다. 그리고 도로가 있는 곳에 일정한 간격을 하고 늘어선 가로수는 거의 벚나무다. 벚꽃, 북반구의 온대 지역의 벚나무에 피는 꽃.

4월의 초인데 내가 있는 부산에는 벚꽃 잎이 눈처럼 내린다. 도롯가에는 하얗게 꽃잎들이 뒹군다. 마치 녹지 않은 눈같이 소복이 쌓여 있다.

2024년은 4월은 흩날리는 꽃눈 사이로 스피크에서 흘러나오는 소리가 요란하다. 한 표라고 더 모으겠다는 의지가 담긴 선거 유세차의 방송 소리는 봄 가운데 서성거린다. 4년 만에 국회 의사당 좌석 채우기 선거가 치러지고 있다.

해외에서 살고 있는 나는 대한민국 1년 살기 중이다. 운 좋게도 총선을 보고 느낄 수 있어 좋긴 한데, 투표권이 없다는 것이 너무 아쉽다.

격전지로 분류되는 부산 총선지역구 선거유세차

300석의 의석에 어느 당이 몇 석을 채울까!

TV 뉴스에서도, 인터넷 방송에서도 선거 공약보다는 서로를 비방하는 내용으로 가득한 선거 과정을 보고 있는 내내 마음이 불편하다. 누구는 어떤 잘못을 했고, 어떤 이는 사기꾼이고, 범죄자이며 저런 사람은 국회의원으로 출마해서는 안 되는 사람이라는 말은 여당이건, 야당이건 할 것 없이 이쪽저쪽을 서로 번갈아 가면서 험담한다. 심지어 육두문자를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저런 사람이 한국의 정치인이라니!’라고 생각되는 사람도 꽤 있다.

선거전을 지켜보는 나는 선량한 한 표를 행사하는 사람들에게는 미안하지만, 투표권이 없어서인지 시즌제 드라마 보는 것 같은 재미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런 점에서는 선거를 축제로 만들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한국 정치는 민도에 의해 더 높이 성장할 것이라 믿는다. 

 

사실, 선거전이 너무 축제 같아(비방전만 빼고) 나의 온 관심이 뺏긴 적은 처음이다. 내가 살고 있는 나라에서도 갑자기 등장한 신생 정당이 의회에 진출하며 센세이션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긴 했지만, 한국에서는 처음 보는 신기한 모습이기도 하고, 정당의 대표가 워낙 시련의 아이콘이었기에 더욱 관심이 간다.

범죄자인지 아닌지는 법원에서 결정하면 되는 일이고, 선거 출마에 문제가 있다면 선관위에서 잘 살펴서 문제가 있나 없나를 알아보면 될 일인데 굳이 다른 당에서 누군가를 문제 삼아 험담을 늘어놓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출마의 변과 앞으로의 자신이 어떤 정책을 펼칠 것인지에 대해 발표해야 할 아까운 시간을 생산적이지 못한 비방으로 국민들의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짠하다.

여전히 한국 정치인들은 후진 사람이 많다. ^^

“후진국 중에 그런 나라가 있다. 권력을 잡은 사람들은 자기 가족 범죄를 방어하기 위해 모든 것을 해도 되고, 반대하는 사람들을 탄압하는 나라가 있다. 대한민국은 그런 나라가 아니지 않으냐”라는 굳이 하나 마나 한 말하는데 왜 에너지를 그렇게 많이 쓰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선거차 유세 차량에 오르면 사람이 바뀐다는 말이 낯설지 않다.

 

 

창당 한 달 만에 사람들의 마음을 앗아간 조국혁신당의 조국 당대표. 부산 서면에서 운좋게 볼 수 있었다.

 

벚꽃은 소리를 듣는다. 잎 속에서 움츠리고 있던 몸매를 펼치며 흰빛이든 분홍빛이든 붉은빛이든 맘껏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꽁꽁 싸매두었던 몸을 펼치는 순간부터 듣고 있었겠지.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를, 딱 2주간을 흐드러지게 피었다가 몸을 날려 눈송이처럼 뿌려주고는 꽃이 피었던가 사람들이 말할 즈음엔 쨍쨍 여름이 내릴 것이다.

여름이 오기 전, 이제 곧 우리는 2024년 4월에 고함치며 우리에게 한 표를 원했던 그들의 의자가 정해지고 의자 앞엔 이름표가 놓일 것이다.

이 벚꽃은 아마도 그들이 국민들을 가장 필요로 했던, 사랑했노라 말하며 관심을 갈구하는 것을 지켜본 증인이 되어 주리라. 어쩌면 꽃잎 날리며 그들이 애절하게 소리 지르며 고개 숙였던 그 시절 잊으라며 아스팔트에 한 잎 한 잎 쓰러져 떨어졌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저 뒹구는 벚꽃만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 큰 일이다. 꽃만 알겠는가! 

“사전 투표했어? 부산 벚꽃은 지금 지기 시작하니?”

선거일 전 마지막 주말, 서울 사는 친구의 연락에 뭐라 답할까?

 

‘나는 투표권이 없지만 마음으론 찍었어. 선거 기간 다 듣고 본 벚꽃은 떨어지고 있는 중. 눈처럼 떨어져 쌓이고 있다고. 떨어지는 꽃잎은 알겠지. 그들이 얼마나 고개 숙이고 사랑한다고, 그대가 없으면 안 된다고, 그대여 변하지 말라고... 그저 육성만으로는 힘들어 마이크로 악을 쓰며 했던 말들을.

그리고 또 우리는 그들이 한 말을 믿고 4년을 견뎌야 할 테고.’

과연, 한국의 민도는 어디까지 와 있을까!

<모두모두 투표합시다.>

2024년 4월 10일, 선거 방송이 너무나 기다려지는 선거 3일 전.

 

                                                             2024년 4월 떨어진 벚꽃잎들을 보다 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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